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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에어에서 최근 하이파이시장에서 가장 유행을 하고 있는 DAC 가 아닌 새롭게 ADC를 출시하였다는 뉴스를 접하고 참으로 놀라웠다.
 
ADC는 말 그대로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기기이다. 주로 나와 같은 레코딩 엔지니어들이 음악녹음현장에서 늘 사용하고 있는 기기이기도 하고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는데 있어 DAC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반대로 음악을 녹음하는데 있어서 ADC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프로용 오디오 기기 제조회사가 아닌 컨슈머 오디오를 만드는 에어사에서 AD 컨버터를 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하이파이팬들에게 친숙한 DCS나 WEISS. EMM LAP 등 높은 수준의 디지털 오디오기기를 생산하는 회사들의 출발점은 대부분 DA보다는 프로용 AD 컨버터가 먼저 개발이 되었다. 최근 음반시장 불황과 동시에 프로용 디지털 오디오 시장 또한 침체 되면서 이들 뛰어난 디지털 오디오 기술을 지닌 회사들은 새롭게 컨슈머 오디오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사실 디지털 오디오계에는 이들외에도 다른 유명한 회사들도 많다.

 

맨리와 공동작업으로 오디오팬들에게 친숙해진 아포지, 그리고 독일쪽 DG나 여러 클래식 음반 레코딩에 많이 사용되는 RME, 그리고 본래 하이엔드 제품들을 만들던 아포지가 지금은 저렴한 제품들 위주로 만들면서 미국 디지털 오디오계에서 가장 뛰어난 퀄리티의 제품들을 만들고 있는 Metric Halo, 특히 메트릭할로의 경우는 아마라로 유명한 소닉스튜디오에서도 메트릭할로의 오디오인터페이스(AD컨버터와 DA컨버터)를 사용할만큼 미국 프로오디오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브랜드들이 있으며 이외에도 라브리나 마이텍 등 정말 무수히 많은 디지털 컨버터를 만드는 회사들이 있다.
  

에어사의 디지털 기기로는 과거에 D1XE를 아주 좋은 인상으로 사용한적이 있었는데 나처럼 오래된 빈티지 스피커와 앰프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특히나 저렴한 빈티지 앰프에서도 정말 확실한 소스의 우위를 보여준 제품으로 지금 나오는 어지간한 디지털 기기들중에서도 이만한 소리를 들려주는 기기는 무척이나 드물다고 생각한다. 과거 에어의 플래그쉽 모델이었던 D1XE는 특별한 성향이 느껴지지 않지만 많은 정보량을 기본으로 밸런스, 공간감, 음색등 모든면에서 만족스러웠던 제품이었다. 컨슈머 오디오에서는 조금 심심한 소리로 들릴 수는 있겠지만 음반을 제작하며 직접 녹음을 하는 프로오디오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잘 만들어져있는 소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에어사의 QA-9은 어떠한 소리를 들려줄지 많은 기대가 되었다.

 

필자는 에어에서 이 QA-9이 출시된 것을 보고 이미 프로오디오 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AD 컨버터들이 있는데 새롭게 AD컨버터를 출시한다면 분명 프로오디오 제품들과 경쟁을 하게 될텐데 과연 어떠한 소리를 들려줄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하여 직접 본인이 하는 녹음에 사용해보기로 했다. QA-9을 가지고 공연장에 가서 가야금 산조 녹음을 하였다. 
 

사진에서처럼 마이크는 노이만의 KU100 더미헤드를 마이크를 사용해서 원포인트 녹음이다. 함께 첨부한 WAV파일은 이퀄라이저나 컴프레서등 아무런 디지털 기기 처리를 하지 않고 노이만의 마이크에서 마이크 프리앰프를 거쳐 에어 QA-9으로 연결이 되어 24/96으로 녹음되어 16/44.1로 컨버팅된 소리이다. 단순히 이 음원 하나로만 에어 QA-9의 소리를 모두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 D1XE에서 받았던 것처럼 정말 모범적으로 잘만들어진 소리이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무엇인가 특징이 없고 소리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딱히 할말이 없는 것 같지만 모범적으로 제대로된 디지털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첨부된 음원파일은 용량 관계상 하이파이클럽 블로그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에어는 첨부된 파일의 소리처럼 녹음현장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아주 깨끗하게 디지털로 변환해 준다. 과거 D1XE에서도 이러한 성향의 AD컨버터가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는데 딱 그러한 느낌이다. 사실 녹음현장에서는 악기의 울림이 마이크를 통해 전기신호로 바뀐후 마이크프리앰프로 증폭된 소리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AD 과정에 따라서 참 많은 소리가 바뀌게 되는데 때에 따라서는 녹음결과에 아주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에어 QA-9 AD 컨버터의 능력은 현장의 소리를 최대한 보존하여 레코더에 전달을 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높은음량에서 디지털 특유의 차가운 피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좋은 디지털 기기와 그렇지 않은 기기를 판단할 때 높은음량에서도 얼만큼이나 안정된 사운드밸런스를 유지하는가를 무척이나 중요한 요건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에어 QA-9은 이러한 요건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작은 미세음량부터 높은 음량에 이르기 까지 있는 소리의 정보를 놓치지 않고 변환한다. 사실 많은 프로용 AD 컨버터들도 아포지는 아포지만의 캐릭터가, RME는 RME만의 캐릭터, 메트릭할로는 메트릭할로만의 캐릭터가 있는데 에어의 캐릭터는 바로 “자연스러움”이다. 그런데 왠지 자연스러운 소리라고 하면 고역이 약간은 롤오프되어있는 그러한 무엇인가 개성없는 부족한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는데, 사실 에어의 소리는 해상력이 높다.

 

보통 해상력이 높다하면 지나치게 고역에 악센트를 두어서 쉽게 귀가 피로해지기도 하는, 바로 현대의 수많은 하이엔드 기기들이 추구하고 있는 소리에 반하여 에어는 얼핏들으면 고역이 플랫한 것 같지만 소스에 따라서, 함께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서 에어가 들려주는 해상도는 사실 아주 뛰어나다. 사실 WEISS만 해도 고역에 분명한 악센트를 지니고 있다.(하지만 WEISS정도가 되면 음량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질만한 소리를 만들지는 않는다.) 
 

기왕이면 워드클락 단자와 AES/EBU 옵션이 달린 프로버젼이었으면 나에게는 더 좋았겠지만 아마도 이 기기의 탄생이유이기도 한 LP를 디지털화 시키기 위한 작업에는 이버젼도 더 없이 좋을 것이다. 향후 DSD도 지원을 하기 때문에 DSD 파일재생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이 커지고 있는 현재상황에서는 더욱 더 메리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LP음원을 디지털화 시키는데 있어서 DSD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아날로그 테이프라면 DSD가 분명 장점을 지닐 수 있겠지만 LP를 디지털화 시키는데에는 DSD가 지니고 있는 물리적인 단점들이 많이 들어나게 되기 때문에 24/96 PCM이 가장 무난한 선택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가 열심힌 만든 음악과 소리가 디지털의 세상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여러사람들의 하드로 유령처럼 떠도는 것을 개인적인 관점에서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LP를 디지털화에서 듣는것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주는 재미가 아니라면 나는 아직 이 기기의 존재의 이유를 잘 찾지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이 재미 때문에 LP를 디지털화 하는 리마스터링을 취미로 하는 오디오파일도 늘고 있으니 시기 적절한 기기라고 볼 수 있겠다.
 
과연 LP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어떠한 이유로 이 기기를 통해서 LP에 있는 소리를 디지털화하여 듣게 되는것일까? 아직까지는 좁은 나의 생각으로는 앞으로를 예견하기가 참으로 어렵지만 그만큼 디지털 파일 뮤직이라는 것이 시간이 갈수록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간다는 것이 이 기기의 탄생을 통해서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