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드럼의 오버헤드나 피아노에 스몰다이어프레임 컨덴서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비교적 더빙이 자유로운 팝/락음악과는 대조적으로 재즈 음악의 경우 드럼과 피아노가 동시에 합주녹음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MKH40을 한 조 갖고 있었지만 다른 한 조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왔습니다. 정해진 예산에서 만만한 가격대에 생각해 볼 수 있는 모델은 Oktava MK-012 정도였는데 MK-012의 해외 가격과 국내 가격에 차이가 꽤 있어서 구매를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몰다이어프레임 컨덴서 마이크인 DPA 4011A의 동생뻘인 2011A가 출시되었다고 하여 구매하게 됐습니다.

2011A는 DPA의 레퍼런스 스탠다드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된 20시리즈 스몰다이어프레임 컨덴서 마이크이며, 40시리즈의 4011A와 마찬가지로 단일지향 패턴입니다. 2011A와 함께 무지향 패턴의 2006A도 출시되었지만 와이드카디오이드 모델은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모델명 숫자 뒤에 붙은 알파벳은 프리앰프모듈의 타입을 나타냅니다. B타입은 로우컷, 하이부스트 스위치가 달려 있고 C타입은 길이가 짧은 컴팩트 타입입니다.

20시리즈 마이크는 40시리즈와 같은 MMP 시리즈 프리앰프를 사용합니다. 다이어프레임 캡슐만 다른 것인데, 20시리즈는 모두 다이어프레임이 두 개 들어가 있는 트윈다이어프레임을 사용합니다. DPA의 미니어쳐 마이크 시리즈에 들어가 있는 소형 다이어프레임을 두 개 탑재하여 각각 고역과 저역을 담당한다고 하는데, 사실 이것 때문에 구매를 조금 망설였습니다. 플랫한 사운드를 얻고 싶은데 두 개의 다이어프레임에서 얻어지는 시그널을 합치는 방식이라면 크로스오버되는 지점에서 왜곡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DPA에서 레퍼런스 스탠다드라는 이름을 걸고 출시했다면 그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주파수응답 차트를 확인 후 그런 걱정은 기우라고 판단, 구매했습니다.

마이크 구매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있지만 스몰다이어프레임 콘덴서 마이크의 경우 개인적으로 off-axis 응답을 중요시 생각합니다. 근접 마이킹 시에도 느껴지지만 특히 원거리 마이킹 시엔 마이크가 가진 약간의 차이가 상당히 크게 와닿기 때문입니다. On-axis 0도에선 중저가형 마이크들도 대부분 플랫한 특성을 보이는 반면, 측면과 후면으로 갈수록 그래프가 요동치곤 합니다. 4011과 2011을 비교해보니 역시나 후면 응답특성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DPA가 기기의 스펙 기재에 솔직한 회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정도 차이는 4011과 비교하여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006의 경우 4006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사방에 대하여 극도로 플랫한 스펙을 갖고 있습니다. 다이어프레임 캡슐만 구매해서 교체가 가능하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테스트 해봐야겠습니다.

제가 기존에 메인으로 사용하던 스몰다이어프레임 콘덴서 마이크는 Sennheiser의 MKH40입니다. 현행 MKH8040의 베이스가 된 모델로, 플랫한 응답특성과 부드러운 고역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마이큽니다. 드럼 오버헤드, 피아노, 합창, 오케스트라 메인 등 어디에 써도 늘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마이크로, 세계적인 레이블인 Telarc사의 메인 마이크로폰 자리를 오랬동안 꿰차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마이큽니다. 마침 드럼을 녹음할 기회가 생겨 MKH40과 2011을 비교 녹음 해봤습니다.



Overhead Microphone Comparison by Orolo
<모바일에서 사운드클라우드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분들은 위 링크를 클릭하면 됩니다>

*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하니 음질이 심하게 손상되네요. 고역이 다 깎이는 것은 물론 디스토션까지 생겨버렸네요.
원본 음원에서는 두 마이크의 성향 차이가 많이 느껴집니다.




한국에서 인기있는 스몰다이어프레임 컨덴서 마이크를 꼽아보면 DPA 40시리즈, Schoeps CMC6 시리즈, Neumann KM시리즈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직접 보컬을 녹음하려는 뮤지션의 수요 증가에 따라 중저가형 라지다이어프레임 컨덴서 마이크는 비교적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어 있는 반면, 중저가형 스몰다이어프레임 컨덴서 마이크는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편인 것 같습니다. 특히 중간 가격대에 마땅한 제품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DPA40시리즈나 Schoeps CMC6 시리즈의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DPA 20시리즈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 허정욱입니다.